우리는 지상명령이라 하면 곧바로 마태복음 28장을 떠올립니다.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으라는 그 말씀은 교회의 사명을 압축한 헌장과 같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직전, 누가복음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제자들에게 또 하나의 명령을 남기셨습니다. 누가복음 24장 46-49절, 이른바 누가복음이 전하는 지상명령입니다.
마태복음이 무엇을 할 것인가(제자를 삼으라)에 무게를 둔다면, 누가복음은 무엇을 전할 것인가—곧 전할 복음의 내용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 내용은 분명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하는 회개와 죄 사함의 복음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되는 것입니다.
※ 이 글의 성경 인용은 모두 개역한글판(1961, 공개도메인)을 따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마지막 명령
누가복음 24장은 부활의 아침으로 시작하여,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고(24:13-35), 예루살렘에 모인 제자들 가운데 친히 서시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24:36-43).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 마지막 말씀을 이렇게 남기십니다.
“또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 이에 저희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 또 이르시되 이같이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제삼일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것과 또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이 기록되었으니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 볼지어다 내가 내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을 입히울 때까지 이 성에 유하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24:44-49, 개역한글)
이 짧은 말씀 안에 지상명령의 다섯 기둥이 담겨 있습니다. 성경의 성취(44-45절),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46절), 전할 복음의 내용인 회개와 죄 사함(47절), 증인 된 제자들(48절), 그리고 위로부터 오는 성령의 능력(49절)입니다. 하나씩 성경 본문을 따라 살펴보겠습니다.
온 성경이 그리스도를 증거합니다 (24:44-45)
예수님은 먼저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을 말씀하십니다. 이는 유대인이 성경 전체를 가리키던 삼분법(율법·선지서·성문서)으로, 곧 구약 전체가 그리스도를 증거한다는 뜻입니다. 지상명령의 출발점은 사람의 열심이나 새로운 계획이 아니라, 이미 성경에 기록되어 있던 하나님의 구원 경륜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이 원리를 세우셨습니다. 같은 장 앞부분에서 그분은 엠마오의 두 제자에게 “모세와 및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눅 24:27). 그리고 요한복음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 (요한복음 5:39, 개역한글)
주목할 것은 “저희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45절)라는 말씀입니다. 성경은 지식만으로 열리지 않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마음을 열어 주실 때 비로소 성경이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책으로 살아납니다. 오늘 우리가 성경을 펴는 자리에도 이 은혜가 필요합니다.

전할 복음의 내용 — 회개와 죄 사함 (24:46-47)
여기가 누가복음판 지상명령의 심장부입니다. 예수님은 전해야 할 복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십니다. 먼저 46절은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제삼일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기록된” 성취였습니다. 이 고난과 부활 위에서만 47절의 복음이 성립합니다.
그 복음의 내용은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입니다. 곧 회개와 죄 사함이 우리가 전할 메시지의 핵심입니다. 죄 사함의 근거는 다름 아닌 그리스도이십니다.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가리켜 외친 그대로입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요한복음 1:29, 개역한글)
이 명령이 빈말이 아니었음은 사도행전이 증명합니다. 오순절에 성령을 받은 베드로는 곧바로 이 복음을 전했습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얻으라”(행 2:38). 성전에서도 그는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행 3:19)고 외쳤습니다. 누가복음 24장 47절에서 명령된 그 메시지가, 사도행전에서 그대로 선포된 것입니다. 성경이 성경을 해석하고, 명령이 성취로 이어집니다.

예루살렘으로부터 모든 족속에게 (24:47)
복음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범위입니다. 회개와 죄 사함은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입니다. 출발점은 예루살렘, 곧 제자들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그러나 목적지는 온 세상 모든 민족입니다. 복음은 한 민족의 종교가 아니라 만민을 위한 소식입니다.
이 또한 성경이 오래전부터 예고한 바입니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땅의 모든 끝이 여호와를 기억하고 돌아오며 열방의 모든 족속이 주의 앞에 경배하리니” (시편 22:27, 개역한글)
마태복음의 지상명령에서 예수님이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하신 것(마 28:19)과 정확히 맞물립니다. 마태는 제자를 삼으라는 행동을, 누가는 회개와 죄 사함을 전파하라는 내용을 말하지만, 둘의 대상은 똑같이 모든 족속입니다. 복음서의 지상명령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하나의 사명을 비춥니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 (24:48)
그렇다면 이 복음을 누가 전합니까? 예수님은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48절) 하십니다. 증인은 자기가 본 것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제자들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직접 목격한 자들이었고, 그 목격이 그들을 증인으로 세웠습니다.
이 증인 됨은 사도행전 1장에서 다시 확인됩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누가복음 24장의 “증인”이 사도행전 1장에서 “땅 끝까지 이르는 증인”으로 펼쳐집니다. 우리 또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사람으로서, 본 것을 전하는 증인으로 부름받았습니다.
위로부터 오는 능력 — 아버지의 약속 (24:49)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결정적인 약속을 더하십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을 입히울 때까지 이 성에 유하라”(49절). 여기서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은 곧 성령이십니다. 지상명령은 인간의 열심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위로부터 오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곧장 흩어지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은 사도행전에서 이 약속을 다시 확인하시고(행 1:4-5), 오순절 날 성령이 임하시자 비로소 교회는 담대히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행 2장). 능력이 먼저이고, 사명은 그 능력을 따라 흐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지상명령
누가복음 24장의 지상명령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전할 복음은 회개와 죄 사함이며, 그 근거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입니다. 그 대상은 모든 족속이며, 우리는 그 일의 증인입니다. 그리고 이 사명은 위로부터 오는 성령의 능력으로 감당합니다.
이 말씀을 남기신 예수님은 곧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예수께서 저희를 데리고 베다니 앞까지 나가사 손을 들어 저희에게 축복하시더니 축복하실 때에 저희를 떠나 [하늘로 올리우]시니”(눅 24:50-51). 승천하신 주님은 지금도 살아 계셔서 이 명령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우리의 이웃, 우리의 일터,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복음을 들어야 할 “모든 족속”입니다.

주님, 제 마음을 열어 성경이 그리스도를 증거함을 보게 하소서. 회개와 죄 사함의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시고, 위로부터 오는 성령의 능력으로 오늘 제가 만나는 사람에게 그 복음의 증인이 되게 하소서.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이 복음이 저를 통해 한 사람에게라도 더 전해지게 하옵소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