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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16 |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 암송과 묵상

믿음을 이야기해야 할 자리에서 말을 삼킨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설명을 잘할 자신이 없어서, 혹은 괜히 유별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조용히 넘어갑니다. 로마서 1:16은 그런 우리에게 바울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말하는 사람의 용기나 말솜씨가 아니라, 복음이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이라는 고백입니다.

붉은 옷을 입은 사도 바울이 책상에 앉아 펜으로 편지를 쓰는 그림
발랑탱 드 불로뉴, 〈서신을 쓰는 성 바울〉(1618–1620년경). 화가가 상상해 그린 장면입니다. 그림: Valentin de Boulogne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이 글의 성경 직접 인용은 개역한글입니다. 중심 구절인 로마서 1:16과 이어지는 로마서 1:17을 함께 읽고, 앞뒤 문맥과 성경의 다른 본문으로 뜻을 살핀 뒤 암송과 기도로 이어 가겠습니다.

로마서 1:16–17, 두 절을 함께 읽기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에게로다

로마서 1:16, 개역한글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로마서 1:17, 개역한글

로마서 1:16은 바울의 고백과 그 이유를 말합니다.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고백 뒤에, 복음이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이유가 이어집니다. 로마서 1:17은 그 복음 안에 무엇이 나타나는지, 곧 하나님의 의가 믿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암송할 중심 구절은 로마서 1:16이지만, 로마서 1:17까지 함께 읽으면 복음이 왜 능력인지가 더 선명해집니다.

문맥: 로마에 가고 싶었던 빚진 자

바울은 아직 가 보지 못한 로마의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여러 번 그들에게 가려 했지만 길이 막혔다고 말합니다(로마서 1:10–13). 그리고 헬라인이나 야만인,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 모두에게 자신이 “빚진 자라”고 말합니다(로마서 1:14, 개역한글).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로마에 있는 이들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로마서 1:15).

로마 포로 로마노 유적의 기둥과 개선문이 보이는 파노라마 사진
오늘날 로마의 포로 로마노(Forum Romanum) 유적. 바울은 이 도시의 성도들에게 복음 전하기를 원했습니다(로마서 1:15). 사진: BeBo86 · CC BY-SA 3.0 · 출처 Wikimedia Commons

로마서 1:16의 고백은 이 흐름 속에서 나옵니다.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소원(로마서 1:15) 바로 다음에, 그 소원을 붙드는 이유로 이 고백이 놓여 있습니다. 로마서 1:16은 조용히 간직하는 개인적 신념의 문장이기보다, 복음을 들고 사람들에게 나아가려는 사람의 고백입니다.

묵상 1: 부끄러워하지 않는 고백의 뿌리

창으로 빛이 드는 감옥 안에서 바울이 책을 무릎에 두고 생각에 잠긴 그림
렘브란트, 〈감옥의 성 바울〉(1627). 바울은 갇힌 몸으로도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디모데후서 1:8, 12). 화가의 상상화입니다. 그림: Rembrandt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로마서 1:16에서 부끄러워한다는 뜻으로 쓰인 헬라어 동사(ἐπαισχύνομαι)는 신약에 모두 11번 나옵니다. 이 낱말이 쓰인 본문들을 함께 읽으면 바울의 고백이 어디에 뿌리를 두는지 보입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이 음란하고 죄 많은 세대에서 예수님과 그 말씀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영광 중에 올 때 그 사람을 부끄러워하리라고 경고하셨습니다(마가복음 8:38, 누가복음 9:26). 바울의 고백은 주님의 이 말씀 앞에서 드리는 응답입니다.

바울은 감옥에서 디모데에게 편지하며 같은 낱말을 다시 씁니다. 주의 증거와 갇힌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고 권하고(디모데후서 1:8), 자신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 부끄러워하지 아니함은 나의 의뢰한 자를 내가 알고 또한 나의 의탁한 것을 그 날까지 저가 능히 지키실 줄을 확신함이라

디모데후서 1:12, 개역한글

바울이 부끄러워하지 않은 근거는 자신의 형편이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믿은 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는 같은 낱말로 더 놀라운 사실을 말합니다. 거룩하게 하시는 예수님은 거룩하게 함을 입은 자들을 “형제라 부르시기를 부끄러워 아니하시고”(히브리서 2:11, 개역한글), 하나님은 믿음으로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는 이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히브리서 11:16, 개역한글) 그들을 위해 한 성을 예비하셨습니다. 우리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묵상 2: 복음은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로마서 1:16에서 능력으로 옮겨진 낱말(δύναμις)은 고린도전서 1:18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였습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고린도전서 1:18, 개역한글

세상의 눈에는 십자가의 소식이 어리석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바로 그 소식이 구원을 이루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바울이 전한 복음의 내용은 그리스도께서 성경대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되셨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일입니다(고린도전서 15:3–4). 복음의 능력은 전하는 사람의 설득력에서 나오지 않고, 복음이 전하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서 나옵니다.

예루살렘 정원 무덤의 바위 벽에 난 무덤 입구
예루살렘의 정원 무덤(Garden Tomb).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 입구를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예수님께서 장사되신 실제 장소로 확정된 곳은 아닙니다. 사진: Gary Todd · CC0 · 출처 Wikimedia Commons

같은 낱말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주신 약속에도 나옵니다.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이 되리라는 약속입니다(사도행전 1:8). 복음 자체가 하나님의 능력이고, 그 복음을 전하는 증인에게도 성령께서 권능을 주십니다. 말할 자신이 없다는 고민은 정직한 고민이지만, 복음을 전하는 일이 처음부터 우리의 능력에 맡겨진 일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묵상 3: 모든 믿는 자에게, 모든 족속을 향한 복음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바울은 여기에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에게로다”(로마서 1:16, 개역한글)라고 덧붙입니다. 이 표현은 로마서 2:9–10에서도 반복되며, 사도행전 13:46에서 바울과 바나바가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유대인에게 전한 뒤 이방인에게로 향한 순서와도 맞물립니다. 그러면서 로마서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로마서 10:12, 개역한글)고 분명히 말합니다. 복음이 전해진 순서가 있어도, 구원의 길은 누구에게나 같습니다.

이 구절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신 지상명령과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주님께서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마태복음 28:19, 개역한글)라고 명하셨습니다. 복음이 모든 믿는 자에게 하나님의 능력이기에,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에서 제외되는 민족도, 제외되는 이웃도 없습니다. 바울이 로마로 가고 싶어 한 이유도, 우리가 오늘 한 사람에게 복음을 나누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팔을 든 바울이 계단 위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그림
라파엘로, 〈아테네에서 설교하는 바울〉(1515년경, 태피스트리 밑그림). 헬라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도행전 17장의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림: Raphael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묵상 4: 믿음으로 사는 의인

로마서 1:17은 복음에 하나님의 의가 나타난다고 말하며 구약을 인용합니다. 그 출처는 하박국서입니다.

…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하박국 2:4, 개역한글

히브리어가 여러 단으로 적힌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
쿰란 제1동굴에서 발견된 하박국 주석 두루마리(1QpHab), 이스라엘 박물관 소장. 하박국서 본문을 옮겨 적고 해설한 고대 사본입니다. 사진: Unknown author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하박국 선지자는 강포와 불의가 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탄식하며 하나님께 물었고(하박국 1:2–4), 그 응답으로 이 말씀을 받았습니다. 바울은 로마서 1:17에서 이 말씀을 들어,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얻는 길이 믿음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복음을 자랑할 만한 성과로 포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의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복음 안에 나타내신 의를 믿음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암송: 고백·이유·범위의 흐름으로 기억하기

꽃 장식 테두리 안에 편지를 쓰는 바울과 무릎 꿇은 사람이 그려진 채색 필사본 면
영국도서관 필사본 MS. Royal 1 E V 제5엽(1506년경). 라틴어 바울 서신에서 로마서가 시작되는 면으로, 서신을 쓰는 바울과 무릎 꿇은 존 콜렛(John Colet)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Unknown author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로마서 1:16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익히면 좋습니다.

  • 고백: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로마서 1:16, 개역한글)
  • 이유: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로마서 1:16, 개역한글)
  • 범위: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에게로다”(로마서 1:16, 개역한글)

먼저 원문을 보며 세 부분을 소리 내어 읽고, 한 부분씩 가린 채 말한 뒤 확인해 보십시오. 틀린 단어가 있으면 그 부분이 들어 있는 문장 전체를 다시 읽으면 됩니다. 자구를 자기 말로 바꾸지 말고 본문 그대로 익히십시오. 로마서 1:16이 익숙해지면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로마서 1:17, 개역한글)를 이어서 외워, 복음의 능력이 믿음으로 받는 하나님의 의와 연결된다는 흐름까지 기억해 보십시오.

오늘의 적용 질문과 기도

  • 믿음을 말해야 할 자리에서 망설였던 최근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그때 무엇이 가장 부담스러웠습니까?
  • 복음의 능력이 나의 말솜씨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있다는 사실은 그 부담을 어떻게 바꾸어 줍니까?
  • 이번 주에 복음의 소망을 나누고 싶은 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를 위해 어떻게 기도하겠습니까?

다음은 본문에 응답하는 기도 예시입니다. 성경 직접 인용이 아닙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자녀로 불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믿음을 말해야 할 때 사람의 시선보다 복음의 능력을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설명을 잘하는 능력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붙들게 하시고, 성령께서 주시는 힘으로 오늘 만나는 한 사람에게 복음의 소망을 나누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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