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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전도 계획」(로버트 콜맨) 서평 — 예수님의 8가지 원리로 완성되는 지상명령

지상명령(마태복음 28:18-20)은 짧은 구호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모든 족속을 제자 삼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이 명령에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로버트 콜맨(Robert E. Coleman)의 『주님의 전도 계획』(The Master Plan of Evangelism)은 바로 그 방법을 묻는 책입니다. 저자는 신학 이론이 아니라 사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실제 사역 방식을 관찰해, 예수님이 열두 제자를 세우고 훈련하신 여덟 가지 원리를 뽑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책의 핵심 주장을 성경 본문과 함께 살펴보고, 지상명령을 실천하려는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짚어봅니다.

갈릴리 호수 해안 풍경 사진
갈릴리 호수 — 예수님이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신 곳(선택의 원리) 사진: Adam Jones · CC BY-SA 2.0 · 출처 Wikimedia Commons
예수께서 어부들을 부르시는 고전 회화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사도들의 부르심'(1481) — 예수님이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는 장면 그림: Domenico Ghirlandaio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예수께서 제자의 발을 씻기시는 고전 회화
야코포 틴토레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16세기) — 시범의 원리 그림: Jacopo Tintoretto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저자와 이 책

로버트 콜맨은 1928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어나, 애즈베리 신학교(Asbury Theological Seminary)에서 1955년부터 1983년까지 첫 McCreless 전도학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이후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세계선교·전도학과를 이끌었고, 휘튼칼리지 빌리그레이엄센터의 전도학연구소도 지도했습니다. 현재 고든콘웰신학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의 명예교수(Distinguished Professor Emeritus)로 남아 있습니다. 원서 『The Master Plan of Evangelism』은 1963년 F. H. Revell사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는 홍성철 교수가 번역해 생명의말씀사가 2007년 『주님의 전도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펴냈습니다.

이 책의 방법론은 단순합니다. “예수님이라면 전도와 제자훈련을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복음서를 다시 읽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정리된 것이 아래의 여덟 가지 원리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그린 고전 회화
자코모 카베도네, '그리스도의 승천'(17세기) —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늘로 오르시며 제자들에게 마지막 사명을 남기신 장면(누가복음 24:50-51, 사도행전 1:8-9). 지상명령(마태복음 28:18-20)의 정신은 이 순간까지 이어진다. 그림: Giacomo Cavedone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예수님이 보여주신 여덟 가지 원리

1. 선택(Selection)

예수님은 몰려든 무리 전체를 동시에 훈련하지 않으셨습니다. 밤새 기도하신 뒤 소수를 부르셨습니다. “이 때에 예수께서 기도하시러 산으로 가사 밤이 맟도록 하나님께 기도하시고 밝으매 그 제자들을 부르사 그 중에서 열둘을 택하여 사도라 칭하셨으니”(누가복음 6:12-13, 개역한글). 갈릴리 호숫가에서 평범한 어부들을 부르신 장면도 같은 원리를 보여줍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태복음 4:19, 개역한글). 제자훈련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됩니다.

2. 동행(Association)

선택 다음으로 예수님이 하신 일은 ‘함께 있음’이었습니다. “이에 열둘을 세우셨으니 이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며 귀신을 내어쫓는 권세도 있게 하려 하심이러라”(마가복음 3:14-15, 개역한글). 제자들은 강의실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과 동행하며 배웠습니다. 훗날 제자들이 담대히 증거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옵니다.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증거하느니라”(요한복음 15:27, 개역한글).

3. 성별(Consecration)

예수님은 능력보다 헌신을 먼저 요구하셨습니다.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및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누가복음 14:26-27, 개역한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누가복음 14:33, 개역한글). 순종 없는 제자도는 콜맨이 말하는 원리 안에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4. 분여(Impartation)

예수님은 지식만 나눠주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이 아버지께 받은 것, 그리고 관계 자체를 나눠주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니라”(요한복음 15:15, 개역한글). 제자훈련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관계입니다.

5. 시범(Demonstration)

예수님은 말씀하신 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세족식이 가장 선명한 예입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한복음 13:14-15, 개역한글). 가르침과 삶이 일치할 때만 본이 됩니다.

6. 위임(Delegation)

관찰만 시키지 않으셨습니다. 실제로 내보내셨습니다. “열두 제자를 부르사 둘씩 둘씩 보내시며 더러운 귀신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시고”(마가복음 6:7, 개역한글).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사 모든 귀신을 제어하며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세를 주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앓는 자를 고치게 하려고 내어 보내시며”(누가복음 9:1-2, 개역한글). 이후에는 범위를 넓혀 칠십인도 파송하셨습니다. “이 후에 주께서 달리 칠십인을 세우사 친히 가시려는 각동 각처로 둘씩 앞서 보내시며”(누가복음 10:1, 개역한글).

7. 감독(Supervision)

파송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보고와 성찰이 뒤따랐습니다. “사도들이 예수께 모여 자기들의 행한 것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고하니”(마가복음 6:30, 개역한글). 실전 경험을 다시 예수님과 함께 점검하는 과정이 훈련의 일부였습니다.

8. 재생산(Reproduction)

여덟 원리의 목표는 제자가 다시 제자를 세우는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요한복음 15:16, 개역한글). 바울이 디모데에게 준 지침도 같은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저희가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디모데후서 2:2, 개역한글). 바울에서 디모데로, 충성된 사람들로, 또 다른 사람들로 — 최소 4세대가 이 한 절 안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노을 진 길을 함께 걷는 두 사람의 실루엣 삽화
함께 길을 걷는 스승과 제자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 동행의 원리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지상명령이 완성하는 여덟 원리

콜맨의 여덟 원리는 결국 한 본문으로 수렴합니다.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태복음 28:18-20, 개역한글). 18절의 ‘권세’는 위임의 근거이고, 19절의 ‘모든 족속’은 선택과 동행이 향해야 할 넓이이며,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분여와 시범과 감독이 만들어내는 결과이고,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동행이 영원히 계속됨을 보여줍니다. 여덟 원리는 콜맨이 새로 만든 이론이 아니라, 지상명령 한 구절 안에 이미 압축되어 있던 것을 복음서 전체에 펼쳐 보여준 것에 가깝습니다.

어른의 손에서 아이의 손으로 촛불을 건네는 삽화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는 촛불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 재생산의 원리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비판적 평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제자훈련을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되돌려 놓는다는 데 있습니다. 조직이나 커리큘럼보다 소수를 향한 깊은 투자를 강조하는 시각은 오늘날 대형화·프로그램화된 사역 현장에 여전히 유효한 도전을 줍니다. 또한 신학적 사변이 아니라 복음서 본문을 그대로 따라가는 서술 방식이라,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하려는 독자에게 읽기 편합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1963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라, 디지털 환경이나 도시화된 현대 선교 상황을 직접 다루지는 않습니다. 또한 여덟 원리를 하나의 ‘공식’처럼 기계적으로 적용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콜맨 자신이 강조하듯, 이 원리들의 뿌리는 방법론이 아니라 예수님과의 인격적 관계이며, 성경 본문이 늘 방법론보다 앞서야 합니다.

노을 진 지평선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의 실루엣 삽화
땅 끝을 향해 뻗은 길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 지상명령이 향하는 곳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제자훈련 사역자와 소그룹 리더, 선교 헌신을 고민하는 성도, 그리고 “전도는 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느끼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특히 소수의 사람을 깊이 세우는 사역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예수님도 처음부터 열두 명에게 집중하셨다는 사실이 큰 위로와 방향이 될 것입니다. 지상명령은 큰 무리를 향한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부르심에서 시작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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