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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8:18-20, 지상명령에 새겨진 새 언약의 세 표지 — 권세·계명·임재

본문 — 마태복음 28:18-20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태복음 28:18-20, 개역한글)

지상명령이라 불리는 이 세 절 안에는 세 가지 말씀이 나란히 놓여 있다.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권세), “가르쳐 지키게 하라”(계명),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임재). 이 세 가지는 우연히 나열된 것이 아니다. 성경을 성경으로 짚어 가 보면, 이 셋은 모두 예수님이 십자가와 부활로 세우신 새 언약(렘 31:31)이 맺은 열매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지구 위로 새벽빛이 퍼져나가는 상징적 삽화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 새 언약이 열방으로 퍼져나가는 지상명령을 상징화한 이미지

첫째 표지, 권세 — 새 언약의 중보자에게 주어진 권세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라는 선언은 우연한 자리에 놓여 있지 않다. 같은 28장 안에서, 천사가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의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마 28:6)고 선포한 뒤, 경비병들의 매수(28:11-15)와 갈릴리로의 부름(28:16)을 거쳐 이 말씀이 이어진다. 부활 이후에 권세 선언이 온다 — 28장 전체의 배열 자체가 이 순서를 보여준다.

히브리서는 이 순서를 신학적으로 풀어낸다. 그리스도는 “자기를 단번에 제사로 드려 죄를 없게 하시려고 세상 끝에 나타나셨”고(히 9:26), 그 결과 “오직 그리스도는 죄를 위하여 한 영원한 제사를 드리시고 하나님 우편에 앉으사”(히 10:12), “저가 한 제물로 거룩하게 된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느니라”(히 10:14). “하나님 우편에 앉으심”은 시편 110편 1절 “너는 내 우편에 앉으라”는 즉위의 약속이 성취된 자리이며, 히브리서 10:13은 이 시편을 직접 잇는다. 즉위 다음에 권세가 따른다 — 이것이 마태복음 28:18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의 내적 근거다.

그런데 이 즉위는 잠깐의 승리가 아니다. “이와 같이 예수는 더 좋은 언약의 보증이 되셨느니라”(히 7:22). 레위 계통 제사장들은 죽음으로 그 직분이 끊어졌지만, “예수는 영원히 계시므로 그 제사 직분도 갈리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는 그가 항상 살아서 저희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히 7:24-25).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계신 대제사장만이 끊기지 않는 중보를 하실 수 있고, 그 영원성이 바로 마태복음 28:20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와 맞물린다.

이 모든 것을 히브리서는 언약의 언어로 요약한다. “그러나 이제 그가 더 아름다운 직분을 얻으셨으니 이는 더 좋은 약속으로 세우신 더 좋은 언약의 중보시라”(히 8:6). “이를 인하여 그는 새 언약의 중보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한 죄를 속하려고 죽으사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히 9:15). 예수님이 받으신 “모든 권세”는 힘으로 빼앗은 권세가 아니라, 새 언약의 중보자로서 죽음을 이기고 얻으신 권세다. 그리고 히브리서 9:15의 “부르심을 입은 자”는 이스라엘 한 민족에 갇히지 않는다 — 그래서 마태복음 본문에서 이 권세 선언(28:18) 바로 다음에 오는 28:19의 “모든 족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예루살렘 가든 툼(빈 무덤) 입구
사진: Bukvoed · CC BY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 예루살렘 가든 툼(전승상 빈 무덤 터)

둘째 표지, 계명 — 마음에 새겨졌기에 지킬 수 있는 계명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20). 이 명령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스라엘은 시내산에서 이미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 “여호와의 명하신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리이다”(출 24:3). 그 서약은 다시 낭독되고(출 24:7) 피로 확증되었다(출 24:8). 그러나 모세가 산에서 채 내려오기도 전에 백성은 금송아지를 만들었고(출 32:4), 신명기는 이스라엘을 “목이 곧은 백성”으로 “늘 여호와를 거역하였”다고 규정하고(신 9:6-7), 그 불순종이 광야 내내 계속되었다고 재확인한다(신 9:24). 문제는 돌판에 새겨진 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킬 마음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시내산의 아침 풍경, 거친 바위산
사진: Abraham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 시내산, 옛 언약이 세워진 곳

새 언약은 바로 이 지점을 다르게 세운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보라 날이 이르리니 내가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에 새 언약을 세우리라”(렘 31:31).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러나 그 날 후에 내가 이스라엘 집에 세울 언약은 이러하니 곧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렘 31:33). 에스겔은 그 작동 방식을 한 걸음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신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찌라”(겔 36:26-27). 순종은 인간이 스스로 짜내는 결심이 아니라, 하나님이 속에 두시는 그분의 영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돌처럼 굳은 심장 모양 안에서 금빛 빛이 새어나오는 상징적 삽화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 굳은 마음이 새 언약의 빛으로 부드러워짐을 상징화한 이미지

히브리서는 이 예언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이루어졌다고 선언한다. “주께서 가라사대 그 날 후로는 저희와 세울 언약이 이것이라 하시고 내 법을 저희 마음에 두고 저희 생각에 기록하리라 하신 후에 또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 하셨으니”(히 10:16-17). 신학자의 해석이 아니라 성경 자신이, 예레미야의 새 언약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마태복음 28:20의 “지키게 하라”는 절망적인 반복 명령이 아니다. 옛 언약 아래서 “우리가 준행하리이다” 서약해 놓고 거듭 실패했던 바로 그 순종이, 새 언약 아래서는 마음에 새겨진 법과 속에 거하시는 성령으로 인해 실제로 가능해진다.

셋째 표지, 임재 — 임마누엘이 완성하는 마지막 말씀

마태복음은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 1:23)는 예언으로 시작해서,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는 약속으로 끝난다. 복음서 전체를 감싸는 이 구조는 개인의 해석이 아니라 본문 배열 그 자체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 처음과 끝이 똑같이 “함께 계시다”는 한마디로 맞물려 있다.

페데리코 바로치의 나탈리타스(성탄) 회화,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장면
그림: Federico Barocci, «Nativity»(프라도 미술관 소장) · 공개도메인 ·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리고 이 “함께하심”은 새 언약이 되풀이해 온 바로 그 약속이다. 렘 31:33이 이미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고 했고, 에스겔도 같은 언약의 말을 반복한다(겔 36:28). 예수님은 떠나가시기 전, 그 임재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약속하셨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시리니 저는 진리의 영이라…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요 14:16-18). 히브리서도 이 신실하심을 다시 확인한다. “돈을 사랑치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 그가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과연 너희를 버리지 아니하고 과연 너희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 13:5).

두 손을 펼친 위로 따뜻한 금빛이 내려오는 상징적 삽화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 보혜사로 함께하시는 임재를 상징화한 이미지

권세를 주신 분이, 마음에 법을 새겨 순종을 가능케 하신 분이, 마지막으로 “항상 함께 있으리라” 약속하신다. 지상명령은 이 세 가지가 다 이루어진 다음에 주어지는 명령이지, 이 세 가지 없이 우리에게 떠맡겨진 짐이 아니다.

오늘의 적용 — 새 언약을 힘입어 나아가는 지상명령

이 세 표지는 오늘 우리가 전도와 선교로 나아가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첫째,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언변이나 자격을 의지해 나아가지 않는다. 모든 권세는 이미 그리스도께 있고(마 28:18), 우리는 다만 그 권세 아래서 보냄을 받은 자로 나아간다. 둘째, 순종은 규칙을 억지로 지키는 일이 아니다. 새 언약 안에서는 하나님의 법이 이미 마음에 새겨져 있고 성령이 그 안에 거하시므로(겔 36:27), 복음대로 사는 삶이 남의 일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 된다. 셋째,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통계나 결과가 아니라 임마누엘의 약속에 있다 —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자리든, 낯선 땅으로 떠나는 자리든, 우리를 보내시는 분이 동시에 우리와 함께 계신다.

1794년 새뮤얼 던의 세계 지도, 양 반구 지도
지도: Samuel Dunn, 1794년 세계지도 «A General Map of the World»(Geographicus) · 공개도메인 · 출처 Wikimedia Commons

기도와 헌신의 초청

주님, 주께서 죽음을 이기고 얻으신 모든 권세로 저를 보내 주심을 믿습니다. 제 힘으로 지킬 수 없던 계명을 주께서 제 마음에 새겨 주셨으니, 그 새겨진 법을 따라 순종하며 살게 하소서. 그리고 제가 어디로 가든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신 그 약속을 붙들고, 오늘 제 곁의 한 사람에게 이 복음을 전할 용기를 주소서. 아멘.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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