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알림이 울릴 때마다 성경 한 장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은 바로 그 불편한 감각에 과학의 언어를 입혀 줍니다. 인터넷은 우리의 시간만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읽고 기억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는 책의 첫 장에서 자기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한때 자신은 말의 바다 깊이 잠수하던 스쿠버 다이버였는데, 이제는 제트스키를 탄 사람처럼 수면 위를 미끄러져 다닐 뿐이라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말씀을 깊이 묵상하라는 부르심 앞에 선 그리스도인에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책의 핵심 주장과 그에 대한 비판을 함께 살핀 뒤, 그 진단이 제자의 삶에 무엇을 묻는지 성경으로 답해 보려 합니다.

저자와 책의 배경
니콜라스 카는 기술이 사람에게 남기는 결과를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입니다. 다트머스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executive editor)을 지냈습니다. 그의 글은 〈디 애틀랜틱〉,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등에 실렸고, 그의 책들은 25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가 2008년 〈디 애틀랜틱〉에 기고한 표지 에세이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Is Google Making Us Stupid?)의 문제의식을 확장한 책입니다. 2010년 미국 W. W. 노턴에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11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가 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긴 후기를 더한 10주년 증보판이 나왔습니다. 한국어판은 청림출판에서 최지향 번역으로 나왔고, 같은 해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라는 부제가 붙은 10주년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
카의 논증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매체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뇌를 다시 빚는 손이라는 것입니다.
1. 신경가소성 — 뇌는 우리가 쓰는 도구를 따라 재배선된다
카는 신경과학자 마이클 머제니치, 읽기 연구자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 같은 학자들의 연구를 끌어와,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물리적으로 변한다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설명합니다. 울프의 연구는 인간이 읽기 능력을 타고나지 않으며, 읽기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뇌에 새 회로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자주 쓰는 회로는 강해지고, 쓰지 않는 회로는 약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날마다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가 곧 우리 뇌의 모양을 만든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2. 책의 지적 윤리와 인터넷의 지적 윤리
카는 모든 지적 기술에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생각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지적 윤리(intellectual ethic)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인쇄된 책은 한 대상에 오래 머물며 논증과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는 집중을 길러, 깊고 사색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반면 인터넷은 여러 출처에서 작은 정보 조각을 빠르게 집어 들도록 우리를 훈련시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매체에 오래 머무느냐에 따라 다른 독자가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3. 훑어보기에 능숙해지는 대가
그 결과 우리는 빠르게 훑는 일(skimming)에는 점점 능숙해지지만, 한곳에 깊이 잠겨 생각하고 성찰하는 능력은 잃어 갑니다. 카가 인용하는 연구들에 따르면 하이퍼링크는 이해를 돕기보다 오히려 방해합니다. 링크를 누를지 말지 끊임없이 판단하는 인지 부하가 정작 본문에 쓸 집중력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서두의 스쿠버 다이버와 제트스키 비유가 바로 이 변화를 가리킵니다. 수면 위는 넓고 빠르지만, 깊은 곳에 있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4. 끊김의 비용과 기억의 외주화
잦은 중단과 과제 전환은 작업기억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옮겨질 틈을 빼앗습니다. 카는 더 나아가 인터넷이 기억마저 바깥에 맡기도록 부추긴다고 봅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니 굳이 마음에 새겨 둘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카에 따르면 이것은 뇌의 공간을 비워 다른 일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을 쌓을 때 우리의 생각하는 힘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라기 때문에, 웹을 개인 기억의 보조가 아니라 대체물로 쓰기 시작하면 우리 마음의 곳간이 비어 갈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비판적으로 읽기
이 책의 영향력은 분명합니다. 카의 공식 사이트가 소개하는 서평들을 보면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이 책을 인터넷 시대의 필독서로, 〈슬레이트〉는 문학적 정신을 위한 《침묵의 봄》으로 평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진지하게 들어야 공정한 독서입니다.
첫째, 과학적 근거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비판입니다. 신경과학 저술가 조나 레러는 〈뉴욕타임스〉 서평에서, 인터넷이 뇌를 바꾼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의 모든 경험이 뇌를 바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카가 언급하지 않은 연구들, 예컨대 비디오게임이 시각 주의력과 정보 처리 속도를 높였다는 연구들을 들어 과학적 증거의 무게는 오히려 인터넷 관련 기술이 정신에 유익하다는 쪽에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둘째, 새 매체마다 되풀이된 도덕적 공황이라는 비판입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뉴욕타임스〉 기고 〈대중매체를 이기는 정신〉(Mind Over Mass Media)에서 인쇄기·신문·문고본·텔레비전이 모두 한때 사람들의 지력과 도덕을 위협한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상기시킵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퍼지던 수십 년 동안에도 IQ 점수는 꾸준히 올랐다는 것입니다.
셋째, 정말 예전에는 더 깊이 읽었느냐는 질문입니다. 기술 정책 연구자 애덤 티어러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인터넷 이전의 사람들도 저녁 시간을 깊은 독서보다 텔레비전 앞에서 보냈다고 반문했습니다. 또 카가 진단만 하고 산만함을 다스릴 실제적인 길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습니다. 티어러 자신은 하루나 저녁 시간을 정해 기기를 내려놓는 기술 안식일(technology Sabbath)을 실천한다고 밝힙니다.
흥미롭게도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인 핑커조차 깊은 성찰의 습관은 사람에게 저절로 생기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익히고 끊임없이 가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내놓은 처방도 기술을 탓하는 대신 일할 때 이메일을 끄고 식탁에서 휴대폰을 치우는 자기 절제의 전략이었습니다. 결국 비판자와 저자 모두 한 지점에서 만납니다. 깊이 읽는 힘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고, 우리가 무엇에 주의를 반복해서 내어 주느냐가 마음의 모양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은 제자도와 만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 닳아 없어지는 것은 묵상의 근육이다
카의 중심 논지를 신앙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매체가 신경가소성을 통해 깊이 읽는 능력을 마모시킨다면, 가장 먼저 닳아 없어지는 것은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능력일 수 있습니다. 성경은 모든 책 가운데서도 천천히, 반복해서, 사려 깊게 읽도록 주어진 책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복 있는 사람은 산만한 사람이 아니라 머무는 사람입니다. 시편 1:2은 그를 이렇게 그립니다.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시편 1:2, 개역한글).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신 명령도 같습니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가운데 기록한대로 다 지켜 행하라…”(여호수아 1:8, 개역한글). 주야로 묵상한다는 말은 훑어보기의 정반대편에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한 본문에 오래 머물러 곱씹으며 마침내 그대로 지켜 행하는 데까지 이르는 읽기입니다.
카의 진단은 이미 여러 그리스도인 저자들이 영적 언어로 받아 안았습니다. 토니 라인키(Tony Reinke)는 《12 Ways Your Phone Is Changing You》에서 스마트폰이 우리를 바꾸는 열두 가지 방식을 다루며, 첫 장에는 〈우리는 산만함에 중독되어 있다〉(We Are Addicted to Distraction), 넷째 장에는 〈우리는 문해력을 잃는다〉(We Lose Our Literacy)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데이비드 매티스(David Mathis)는 카의 책을 언급하며, 종이냐 화면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묵상이라고 말합니다. 휴대폰과는 다르게 성경을 읽는 법을 배우고, 속도를 늦추어 곱씹으며, 말씀 안에서 하나님 자신을 누리라는 권면입니다. 개혁주의 잡지 〈모던 리포메이션〉(Modern Reformation)의 서평은 제자의 삶이 듣기·읽기·묵상하기·기도하기처럼 집중을 요구하는 실천을 통해 자라기에, 늘 산만한 상태에 머무는 사람은 예수님의 성숙한 제자로 자라기 어렵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카의 신경가소성 논지는 절망이 아니라 소망의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복이 회로를 굳힌다면, 거룩한 반복은 거룩한 습관을 새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의 권면이 바로 그 갱신을 가리킵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로마서 12:2, 개역한글).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지만, 그분은 우리가 말씀 앞에 머무는 자리에서 그 일을 하십니다. 무한 스크롤에 길든 주의를 거두어 한 본문에 다시 머무는 훈련,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제자훈련입니다.
말씀에 다시 머무는 다섯 가지 연습
카의 진단을 읽고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죄책감보다 작은 실천으로 응답하시기를 권합니다. 성경이 이미 보여 주는 길입니다.
- 한 본문을 여러 번 읽기. 하루에 많은 장을 훑기보다 짧은 한 단락을 아침과 저녁에 다시 읽어 보십시오. 시편 1:2이 말하는 주야의 묵상은 분량보다 머무름의 문제입니다.
- 알림 없는 자리 만들기. 말씀을 읽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십시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찌어다…”(시편 46:10, 개역한글). 한 주에 한 번, 저녁 시간만이라도 기기를 내려놓는 시간을 정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검색 대신 마음에 새기기. 기억을 바깥에 맡기는 시대일수록 암송은 저항이 됩니다. “내가 주께 범죄치 아니하려 하여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시편 119:11, 개역한글). 이번 주에 한 구절을 정해 외워 보십시오.
- 주님 발아래 앉기. 분주한 마르다 곁에서 마리아는 “주의 발아래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누가복음 10:39, 개역한글), 예수님은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누가복음 10:42, 개역한글)고 하셨습니다. 읽은 말씀을 붙들고 잠시 멈추어 기도로 응답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 함께 읽고 가르쳐 지키기. 주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태복음 28:20, 개역한글)고 명하셨습니다. 지상명령의 제자 삼기는 정보를 전달하는 일로 끝나지 않고, 말씀이 삶에 지켜지기까지 함께 머무는 일입니다. 소그룹에서 한 본문을 천천히 함께 읽고, 각자 무엇을 지킬지 나누어 보십시오.

추천 독자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신앙의 깊이를 지키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권할 만합니다. 특히 성경을 끝까지 읽기 어려워진 자신을 발견한 분, 소그룹과 제자훈련을 인도하며 사람들이 왜 본문에 머물지 못하는지 고민하는 인도자, 자녀의 미디어 습관을 신앙 형성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부모에게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다만 이 책은 신앙 서적이 아니며, 과학적 주장 가운데는 논쟁 중인 부분도 있습니다. 위의 비판들과 함께 읽되, 세속적 진단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보다 말씀 묵상이라는 더 깊은 물로 우리를 초대하는 거울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티어러의 말처럼, 이 책은 천천히 읽을 때 가장 잘 읽힙니다.
참고 자료
- Nicholas Carr 공식 사이트 — 저자 소개
- The Shallows — Nicholas Carr 공식 사이트(수상·서평 인용·10주년 판)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알라딘
- Our Cluttered Minds — Jonah Lehrer, The New York Times
- Mind Over Mass Media — Steven Pinker, The New York Times
- Book Review: Nicholas Carr’s The Shallows — Adam Thierer, Technology Liberation Front
- The Shallows 서평 — Andy Wilson, Modern Reformation
- Are Paper Bibles Better? — David Mathis, Desiring God
- 12 Ways Your Phone Is Changing You — Tony Reinke, Cross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