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는 목회자를 돕는 보조 인력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함께 짓는 동역자다 — 1984년, 서울 강남의 한 개척교회 목사가 이 메시지를 책 한 권에 눌러 담았다. 그 책은 알라딘 도서 소개 기준 35년 동안 150쇄를 거듭하며 한국 교회에서 ‘제자훈련’이라는 말 자체를 만들어 낸 책이 되었다.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 – 제자훈련의 원리와 실제』다.
이 책이 오늘 tgc.kr에서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예수님의 지상명령(마태복음 28:18-20)은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으라는 명령이지, 목회자 혼자 전도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평신도가 제자로 깨어나지 않으면 지상명령은 소수의 전문 사역자에게만 남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 — 평신도를 어떻게 깨울 것인가 — 에 평생을 건 한 목회자의 기록이다.
저자 옥한흠 목사 — 한 사람을 위해 목회 인생을 건 사람

옥한흠 목사는 1938년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거쳐, 미국 칼빈신학교에서 신학석사(Th.M)를,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1972년 목사 안수를 받았고, 1978년 7월 서울 강남에 ‘강남은평교회’를 개척했다. 1981년 9월, 그는 교회 이름을 ‘사랑의교회’로 바꾼다. 요한일서 4:8(개역한글)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는 말씀에 담긴 십자가의 사랑을 교회의 정체성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옥한흠 목사는 1978년부터 2003년까지 25년간 사랑의교회를 담임했고, 이후 스스로 물러나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그가 평생 붙든 목회철학은 단순했다 — 대규모 부흥이나 숫자상의 성장보다 “한 사람을 예수의 제자로 세우는 일”을 목회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 이른바 ‘한 사람’ 철학이다.
‘한 사람’ 철학은 어디서 왔는가

이 철학은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진 확신이 아니다. 1970년 무렵 성도교회에서 사역하던 옥한흠 전도사는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한다. 기성 교회의 대학부는 점점 쇠퇴하는데, 네비게이토 같은 선교단체는 오히려 부흥하고 있었다. 한 대학생이 선교단체에서 훈련받고 싶다고 요청해 온 일을 계기로, 그는 선교단체가 성공하는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답은 ‘복음·양육·비전’을 중심에 둔, 사람 중심의 소그룹이었다.
신학적 확신은 미국 유학 중에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시절 그는 신학자 한스 큉(Hans Küng)의 『교회론』을 접했는데, 큉은 모든 평신도가 사도직의 계승자로서 예외 없이 세상에 보냄받은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소명자라고 설명했다. 옥한흠 목사는 이 만남을 신학생으로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고 훗날 회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찰에서 얻은 실천적 직관이, 신학 공부를 통해 하나의 확고한 답으로 굳어진 것이다.

「평신도를 깨운다」란 어떤 책인가
『평신도를 깨운다 – 제자훈련의 원리와 실제』는 1984년 국제제자훈련원(당시 사랑의교회 부설 세미나실)에서 초판이 나왔고, 2019년 8월 전면개정판이 출간됐다(국제제자훈련원 · ISBN 9788957317846 · 380쪽).
책의 구성은 평신도 재발견의 신학적 근거를 다지는 전반부와, 제자훈련을 실제 목회 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루는 후반부로 이어진다.

이 책이 나온 지 2년 뒤인 1986년 3월, 옥한흠 목사는 사랑의교회 부설로 세미나실을 열고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CAL세미나)’ 1기를 시작한다. 이 세미나실은 훗날 ‘국제제자훈련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평신도는 등록할 수 없고 담임목회자·선교사·전임 사역자만 참가할 수 있는 이 5일 집중 세미나는 국내외 누적 2만 7천여 명이 수료할 만큼 확산되었고,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대를 이어 원장을 맡아 오고 있다.
이 책이 말하는 세 가지 핵심 주장
책의 논지는 크게 세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평신도는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동역자다. 저자는 평신도를 목회자가 돌보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평신도는 목회자와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동역자로 재발견되어야 한다는 것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둘째, 평신도 재발견은 유행이 아니라 성경적 교회론이다. 저자는 이것이 교회 성장을 위한 방편이나 한때의 신학 사조가 아니라, 신약 시대 교회의 본질에 이미 담겨 있던 근본 과제라고 주장한다.

셋째, 평신도를 깨우려면 목회자 자신이 먼저 깨어야 한다. 이 지점이 이 책을 단순한 프로그램 매뉴얼과 구분 짓는다. 저자는 평신도를 깨우는 일이 목회 방법론 하나를 새로 들이는 문제가 아니라, 목회자 자신의 전면적인 개혁을 전제해야 열리는 문이라고 말한다. 교회의 변화보다 지도자의 변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성경은 이 주장을 어떻게 뒷받침하는가
이 책의 논지는 성경 여러 본문과 맞닿아 있다. 예수님의 지상명령 자체가 그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태복음 28:19-20, 개역한글)
지상명령은 몇몇 사도나 전임 사역자에게만 주어진 명령이 아니라, 제자 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명령이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준 권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저희가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디모데후서 2:2, 개역한글)

바울 → 디모데 → 충성된 사람들 → 또 다른 사람들로 이어지는 이 사슬이야말로 제자훈련의 성경적 원형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세우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세우는 재생산 구조다. 에베소서는 이 구조가 왜 필요한지를 말해 준다.
“이는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에베소서 4:12, 개역한글)
사도·선지자·복음 전하는 자·목사와 교사를 세우신 목적은 그들이 사역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를 온전케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데 있다. 목회자의 자리는 사역의 종착점이 아니라 성도를 사역자로 세우는 통로다. 사도행전이 그리는 초대교회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저희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사도행전 2:42, 개역한글)
이 공동체는 소수의 지도자가 아니라 믿는 사람 전체가 함께 세워 간 공동체였다.
비판적 평가
이 책의 힘은 검증된 시간에 있다. 신학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저자 자신이 사랑의교회에서 직접 실천하며 다듬은 방법론이라는 점, 그리고 국내외 2만 7천여 명의 세미나 수료자라는 실천의 흔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론과 실천이 함께 검증된 책은 흔치 않다.

다만 미리 감안할 점도 있다. 이 책에서 나온 CAL세미나는 담임목회자·선교사·전임 사역자를 대상으로 하며 평신도 개인은 직접 등록할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 즉 이 책은 애초에 평신도가 스스로 읽고 실천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목회자가 자기 교회에 제자훈련을 이식하도록 돕는 목회 리더십 교재에 가깝다. 평신도 독자가 이 책을 집어 든다면,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거는 지침서라기보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회자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책으로 읽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담임목회자와 부교역자, 소그룹(순장·다락방) 리더로 섬기는 평신도, 그리고 “나는 왜 교회에서 구경꾼처럼 느껴질까”라는 질문을 품어 본 성도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특히 자기 교회에 제자훈련을 처음 도입하려는 목회자에게는 여전히 가장 먼저 펼쳐야 할 책 중 하나다. 평신도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목회자의 사역을 돕는 보조자가 아니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 가는 동역자로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나가며
지상명령은 가서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으라는 명령이지 목회자만 열심히 전도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옥한흠 목사가 40여 년 전 던진 질문 — 평신도를 어떻게 깨울 것인가 — 은 오늘 우리 각 사람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당신은 섬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한 사람을 제자로 세우는 동역자로 살아가고 있는가.
참고 자료
- 옥한흠 – 위키백과
- 사랑의교회 – 위키백과
- 『평신도를 깨운다 – 제자훈련의 원리와 실제』(옥한흠, 국제제자훈련원) – 알라딘
- 국제제자훈련원(DMI) 소개
- CAL세미나 누적 수료 인원 보도 – 기독교연합신문
- CAL세미나(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 진행 방식 보도 – 코람데오닷컴
- CAL세미나 1986년 3월 개설 관련 보도 – 365Qt
- 사랑의교회 연혁
- 1966년 옥한흠 사진 – Wikimedia Commons(라이선스 정보)
- 1975년 성도교회 환송예배 사진 – Wikimedia Commons(라이선스 정보)
- 옥한흠 목사의 ‘한 사람’ 철학 형성 배경 – 뉴스앤조이
- 마태복음 28장(개역한글) – 대한성서공회
- 디모데후서 2장(개역한글) – 대한성서공회
- 에베소서 4장(개역한글) – 대한성서공회
- 사도행전 2장(개역한글) – 대한성서공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