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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0장 강해 — 노아의 후손에게서 나뉜 열국, 모든 족속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

창세기 9장에서 홍수를 통과한 노아의 가족은 겨우 여덟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창세기 10장을 펴면 어느새 화면이 바뀌어, 낯선 이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족보가 펼쳐집니다. 고멜, 마곡, 니므롯, 미스라임, 에벨, 욕단… 오늘날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지만, 성경은 이 목록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장 전체를 할애해 기록했습니다. 왜일까요? 이 장은 단순한 인명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이 태초부터 온 열방(列邦)을 향해 품고 계셨던 계획을 보여주는 지도(地圖)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 창세기 10:1-32 (개역한글)

1 노아의 아들 셈과 함과 야벳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홍수 후에 그들이 아들들을 낳았으니

2 야벳의 아들은 고멜과 마곡과 마대와 야완과 두발과 메섹과 디라스요 3 고멜의 아들은 아스그나스와 리밧과 도갈마요 4 야완의 아들은 엘리사와 달시스와 깃딤과 도다님이라 5 이들로부터 여러 나라 백성으로 나뉘어서 각기 방언과 종족과 나라대로 바닷가의 땅에 머물렀더라

6 함의 아들은 구스와 미스라임과 붓과 가나안이요 7 구스의 아들은 스바와 하윌라와 삽다와 라아마와 삽드가요 라아마의 아들은 스바와 드단이며 8 구스가 또 니므롯을 낳았으니 그는 세상에 처음 영걸이라 9 그가 여호와 앞에서 특이한 사냥군이 되었으므로 속담에 이르기를 아무는 여호와 앞에 니므롯 같은 특이한 사냥군이로다 하더라 10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으며 11 그가 그 땅에서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와 12 및 니느웨와 갈라 사이의 레센(이는 큰 성이라)을 건축하였으며

13 미스라임은 루딤과 아나밈과 르하빔과 납두힘과 14 바드루심과 가슬루힘과 갑도림을 낳았더라(블레셋이 가슬루힘에게서 나왔더라) 15 가나안은 장자 시돈과 헷을 낳고 16 또 여부스 족속과 아모리 족속과 기르가스 족속과 17 히위 족속과 알가 족속과 신 족속과 18 아르왓 족속과 스말 족속과 하맛 족속의 조상을 낳았더니 이 후로 가나안 자손의 족속이 흩어져 처하였더라 19 가나안의 지경은 시돈에서부터 그랄을 지나 가사까지와 소돔과 고모라와 아드마와 스보임을 지나 라사까지였더라 20 이들은 함의 자손이라 각기 족속과 방언과 지방과 나라대로이었더라

21 셈은 에벨 온 자손의 조상이요 야벳의 형이라 그에게도 자녀가 출생하였으니 22 셈의 아들은 엘람과 앗수르와 아르박삿과 룻과 아람이요 23 아람의 아들은 우스와 훌과 게델과 마스며 24 아르박삿은 셀라를 낳고 셀라는 에벨을 낳았으며 25 에벨은 두 아들을 낳고 하나의 이름을 벨렉이라 하였으니 그 때에 세상이 나뉘었음이요 벨렉의 아우의 이름은 욕단이며 26 욕단은 알모닷과 셀렙과 하살마웻과 예라와 27 하도람과 우살과 디글라와 28 오발과 아비마엘과 스바와 29 오빌과 하윌라와 요밥을 낳았으니 이들은 다 욕단의 아들이며 30 그들의 거하는 곳은 메사에서부터 스발로 가는 길의 동편 산이었더라 31 이들은 셈의 자손이라 그 족속과 방언과 지방과 나라대로였더라

32 이들은 노아 자손의 족속들이요 그 세계와 나라대로라 홍수 후에 이들에게서 땅의 열국 백성이 나뉘었더라

— 창세기 10:1-32, 개역한글(1961)
성경에 언급된 나라들을 표시한 19세기 지도, 왼쪽 아래 삽입도에 노아의 후손이 퍼진 세계가 표시되어 있다
성경에 언급된 나라들을 표시한 지도. 왼쪽 아래 삽입도의 제목은 '노아의 후손이 퍼진 세계'다. 지도: Dodd, Mead, and Company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문맥 — 예언의 성취, 그리고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다리

창세기 10장은 허공에서 툭 떨어진 장이 아닙니다. 바로 앞 9장에서 하나님은 방주에서 나온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9:1). 그리고 곧이어 “노아의 이 세 아들로 좇아 백성이 온 땅에 퍼지니라”(창 9:19)고 요약해 두었습니다. 10장의 70개 가까운 이름은 바로 이 말씀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성취의 기록입니다.

더 나아가 9장 끝에는 노아가 아들들의 미래를 두고 남긴 예언이 있습니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그 형제의 종들의 종이 되기를 원하노라…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가나안은 셈의 종이 되고… 하나님이 야벳을 창대케 하사 셈의 장막에 거하게 하시고”(창 9:25-27). 10장이 야벳(2-5절) → 함(6-20절) → 셈(21-31절)의 순서로 배열되어, 정작 이야기의 실마리인 셈 족보를 맨 뒤 절정의 자리에 두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 배열 자체가 노아의 예언이 그대로 펼쳐지는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궁금증이 남습니다. 10장은 이미 “각기 방언과 종족과 나라대로”(5, 20, 31절) 나뉜 족속들을 나열하는데, 어째서 바로 다음 11장은 다시 “온 땅의 구음이 하나이요 언어가 하나이었더라”(창 11:1)로 문을 열까요? 순서가 뒤바뀐 것이 아닙니다. 11장의 바벨탑 사건은 10장 다음에 일어난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 10장에서 이미 전제된 언어와 민족의 분화가 정확히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되짚어 보여주는 회고적 서술입니다. 즉 10장은 결과(흩어진 열국의 지도)를, 11장은 그 결과를 낳은 원인(바벨에서의 언어 혼잡)을 보여주는 한 쌍의 이야기입니다.

강해

바닷가로 흩어진 사람들 — 야벳의 후손 (2-5절)

족보는 막내인 야벳부터 시작됩니다. 고멜(흑해 북쪽 방면), 마곡, 마대(오늘날 이란 서북부의 메대), 야완(그리스와 소아시아 서해안 이오니아 지역), 두발과 메섹(아나톨리아 일대)까지, 야벳의 후손은 오늘날의 유럽·소아시아·이란 북부에 걸쳐 퍼져 나갔습니다. 본문은 이들을 두고 “바닷가의 땅에 머물렀더라”(5절)고 요약합니다. 지중해와 에게해를 따라 퍼진 해양 민족들의 기원을 밝혀 주는 대목입니다.

에게해 연안 풍경
에게해 연안. 야벳의 아들 야완의 후손이 정착한 바닷가 땅의 오늘날 모습이다. 사진: Mvysl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이 짧은 다섯 절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이들의 거주지 “경계”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훗날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노래합니다. “지극히 높으신 자가 열국의 기업을 주실 때, 인종을 분정하실 때에 이스라엘 자손의 수효대로 민족들의 경계를 정하셨도다”(신 32:8). 열방이 흩어진 자리 하나하나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주권적인 설계였다는 것입니다.

첫 용사 니므롯과 제국의 시작 — 함의 후손 (6-20절)

함의 네 아들 구스(오늘날 수단 북부~에티오피아 일대), 미스라임(애굽), 붓(리비아 방면), 가나안(레반트 지역) 가운데, 본문은 유독 구스의 아들 니므롯 한 사람에게 다섯 절(8-12절)을 따로 할애합니다. 그는 “세상에 처음 영걸”이며 “여호와 앞에서 특이한 사냥군”으로 불렸습니다.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를 세웠습니다(10-11절). 시날은 오늘날 이라크 남부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앗수르·니느웨는 그보다 북쪽 티그리스강 유역을 가리킵니다 — 가인이 성 하나를 쌓은 기록(창 4:17)은 이미 있었지만, 여러 성읍을 거느린 ‘나라’가 세워졌다는 기록은 성경에서 니므롯이 처음입니다.

이라크 나시리야의 우르 지구라트 유적
이라크 나시리야에 남아 있는 우르(Ur)의 지구라트. 니므롯의 나라가 시작된 시날 땅 일대의 고대 건축을 보여준다. 사진: Alli Khalil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바로 이 대목이 다음 장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니므롯의 나라가 시작된 곳이 바로 “시날 땅”(10절)이며, 창세기 11장에서 사람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하고”(창 11:2)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창 11:4)라고 말하는 그 장소와 정확히 겹칩니다. 자기 힘으로 나라를 세우고 이름을 내려는 인간의 충동이 니므롯에게서 시작해 바벨탑에서 절정에 이르는 것입니다.

님루드에서 출토된 고대 앗수르 부조
님루드(고대 갈라) 궁전에서 출토된 앗수르 부조. 니므롯이 세운 앗수르 성읍들의 문명을 보여준다. 사진: BrokenSphere · CC BY-SA 3.0 · 출처 Wikimedia Commons

함의 후손 가운데 가장 긴 지면은 가나안에게 돌아갑니다(15-19절). 시돈과 헷을 비롯해 여부스, 아모리, 기르가스, 히위, 알가, 신, 아르왓, 스말, 하맛 족속까지 — 이 이름들은 훗날 여호수아서와 사사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마주치게 될 바로 그 족속들입니다. 앞서 노아가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종들의 종이 되기를 원하노라”(창 9:25)고 한 예언이, 무엇을 배경으로 한 말씀이었는지를 10장의 이 목록이 미리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나일강의 펠루카 범선, 일몰
나일강의 펠루카 범선. 함의 아들 미스라임(애굽)의 땅을 흐르는 강이다. 사진: Jorge Láscar · CC BY 2.0 · 출처 Wikimedia Commons

에벨의 조상 셈, 그리고 이어지는 계보 — 셈의 후손 (21-31절)

세 아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셈의 족보가 나옵니다. 본문은 셈을 소개하며 특별히 “에벨 온 자손의 조상”(21절)이라고 밝힙니다. 셈 → 아르박삿 → 셀라 → 에벨로 이어지는 이 계보는 뒤에 창세기 11:10 이하에서 다시 한번, 이번에는 아브라함까지 곧장 이어지는 형태로 반복됩니다. 25절은 에벨의 두 아들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하나의 이름을 벨렉이라 하였으니 그 때에 세상이 나뉘었음이요 벨렉의 아우의 이름은 욕단이며.” 벨렉이라는 이름 자체가 ‘나뉨’을 뜻하는데, 이는 바로 앞서 살펴본 바벨탑에서의 흩어짐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렇게 셈의 계보가 야벳·함에 이어 맨 마지막, 절정의 자리에 놓인 것은 이 족보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훗날 예수님의 족보를 기록한 누가복음은 “…그 이상은 아박삿이요 그 이상은 셈이요 그 이상은 노아요…”(눅 3:36)라고 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이 셈의 계보를 통과해 오신 분임을 확증합니다. 창세기 10장의 셈 족보는 그 자체로 끝나는 명단이 아니라, 그리스도께로 이어지는 긴 다리의 한 부분인 것입니다.

주제 — 흩어짐 너머의 계획, 그리고 지상명령

창세기 10장이 성경 전체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합니다. 하나님은 인류를 향한 계획을 아브라함을 부르시기(창 12장) 훨씬 전, 노아의 때부터 이미 품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열방이 흩어진 경계는 우연이 아니라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설계였고(신 32:8), 신약에 이르러 사도 바울은 아덴 아레오바고에서 이 진리를 이렇게 다시 선포합니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거하게 하시고 저희의 년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하셨으니”(행 17:26).

피터르 브뤼헐의 회화 '바벨탑'
피터르 브뤼헐(1563년경, 빈 미술사박물관 소장)의 '바벨탑'. 니므롯의 나라가 시작된 시날 땅에서 일어난 사건을 상상한 그림이다. 그림: Pieter Brueghel the Elder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창세기 10-11장에서 흩어진 그 열방은 이야기의 끝일까요? 성경의 마지막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라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계 7:9) — 창세기에서 흩어졌던 바로 그 나라와 족속과 방언이, 계시록에서 그리스도 앞에 다시 모입니다. 흩어짐(창 10-11장)에서 모임(계 7장)에 이르는 이 긴 여정 한가운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마 28:19). 창세기 10장의 열국 명단은, 지상명령이 ‘어느 족속’을 향한 명령인지를 미리 알려 주는 하나님의 오래된 주소록인 셈입니다.

적용

창세기 10장의 낯선 이름들을 하나하나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장이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은 이름조차 낯선 작은 족속 하나까지 기억하고 계보에 남기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마주치는 낯선 이웃,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 노동자,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어느 민족은 하나님께 결코 낯선 존재가 아닙니다.

이 족보는 우리의 기도 제목을 넓혀 줍니다. 내 가족과 교회를 위한 기도를 넘어, 아직 복음이 닿지 않은 족속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감상적인 선택이 아니라 창세기 10장부터 이어져 온 하나님의 오랜 마음을 따라가는 일입니다. 선교사를 후원하고,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환대하며, “모든 족속”이라는 말을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들로 떠올리는 것 — 그것이 이 낯선 족보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실천적 초대입니다.

고대 지도 위로 여러 갈래의 빛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는 상징적 삽화
옛 지도 위로 퍼져 나가는 빛 — 창세기의 열국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오늘도 계속된다.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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