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암송은 문장을 기억에 넣는 일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외운 문장이 하루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까지가 암송입니다. 로마서 12장 1-2절은 그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 두 절은 "믿는다"에서 "산다"로 넘어가는 경첩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로마서 12:1-2를 개역한글판(1961, 공개도메인) 본문 그대로 읽고, 여섯 마디로 끊어 외우는 방법과 각 마디를 다른 성경 본문으로 풀어 보는 묵상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해석의 근거는 사람의 견해가 아니라 성경 본문 자체입니다.

본문 — 로마서 12:1-2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 로마서 12:1-2, 개역한글판(대한성서공회, 1961)
외울 때는 여섯 마디로 끊으면 훨씬 쉽습니다. ① 그러므로 … 권하노니 ② 너희 몸을 … 산 제사로 드리라 ③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④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⑤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⑥ 하나님의 …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아래 묵상은 이 순서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러므로"가 이어받는 것 — 로마서 열한 장
이 구절을 외울 때 가장 자주 잘려 나가는 낱말이 첫 낱말입니다. 하지만 "그러므로"야말로 이 명령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바로 앞 절이 무엇인지 보십시오. 로마서 11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이여, 그의 판단은 측량치 못할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 …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에 있으리로다 아멘
— 로마서 11:33, 36, 개역한글
즉 12장 1절의 권면은 요구가 아니라 응답입니다. 본문 자체가 그 근거를 밝힙니다.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권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앞의 열한 장이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말했다면, 12장부터는 그 일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말합니다. 그러니 이 구절은 "더 노력하라"가 아니라 "받은 자비에 몸으로 답하라"입니다.

첫째 묵상 — "산 제사"는 죽은 제물의 반대말입니다
"산 제사"라는 말이 왜 낯설게 들리는지는 구약을 펴 보면 곧 드러납니다. 번제는 원래 죽여서 드리는 제사였습니다. "… 제사장은 그 전부를 단 위에 불살라 번제를 삼을찌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레위기 1:9, 개역한글). 제물은 제단 위에서 끝났습니다.
그런데 로마서 12:1의 제물은 살아서 걸어 나가는 제물입니다. 그 뜻을 성경이 스스로 설명합니다. 같은 편지 6장이 먼저 같은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너희 지체를 불의의 병기로 죄에게 드리지 말고 오직 너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산 자 같이 하나님께 드리며 너희 지체를 의의 병기로 하나님께 드리라"(로마서 6:13, 개역한글). "드리라"는 낱말도, "산 자"라는 표현도 이미 6장에 있었습니다. 12:1은 6장의 명령을 제사 언어로 다시 말한 것입니다.
제물이 무엇인지도 성경이 밝힙니다. 바로 몸입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 …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린도전서 6:19-20, 개역한글). 그리고 이 제사가 무슨 모양으로 드려지는지는 히브리서와 베드로전서가 잇습니다. "이러므로 우리가 예수로 말미암아 항상 찬미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자 …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눠주기를 잊지 말라 이같은 제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느니라"(히브리서 13:15-16, 개역한글).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찌니라"(베드로전서 2:5, 개역한글).
이 제사가 값비싼 제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성경이 못 박습니다. "하나님의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시편 51:17, 개역한글).

둘째 묵상 — "영적 예배"는 예배당 문밖으로 이어집니다
"영적 예배"로 옮긴 헬라어 낱말(λογικὴ λατρεία)은 두 낱말로 되어 있습니다. 앞 낱말은 신약에 단 두 번 나오는데, 나머지 한 곳이 개역한글에서 "신령한"으로 옮겨졌습니다. "갓난 아이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베드로전서 2:2, 개역한글). 뒤 낱말은 신약에서 하나님을 향한 예배와 섬김을 가리키는데, 성막의 예배 규례를 말하는 자리에도 쓰였습니다(히브리서 9:1, 6).
그러니 이 표현은 "마음속으로만 드리는 예배"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규례를 따라 드리던 예배가 신자의 몸 전체로 옮겨 왔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앞에서 읽은 베드로전서 2:5가 신자를 곧 "거룩한 제사장"이라 부른 것과 같은 방향입니다. 예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이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요한복음 4:23, 개역한글).
이 예배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로마서가 곧바로 이어서 보여 줍니다. 12장 나머지가 통째로 그 목록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12:9),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12:10), "소망 중에 즐거워하며 환난 중에 참으며 기도에 항상 힘쓰며"(12:12), 그리고 마지막은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12:21)입니다(모두 개역한글). 1절을 외운 사람은 9절 이하를 살아 내야 합니다.

셋째 묵상 —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2절의 첫 명령입니다. 여기 쓰인 헬라어 동사(συσχηματίζω)는 신약에 두 번만 나오는데, 다른 한 곳이 베드로전서입니다. "너희가 순종하는 자식처럼 이전 알지 못할 때에 좇던 너희 사욕을 본 삼지 말고"(베드로전서 1:14, 개역한글). 두 본문 모두 "바깥 모양에 나를 맞추는 일"을 금합니다.
"이 세대"가 무엇인지도 성경이 규정합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악한 세대에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우리 죄를 위하여 자기 몸을 드리셨으니"(갈라디아서 1:4, 개역한글). 그러니 "본받지 말라"는 명령은 문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건짐받은 자리에서 다시 옛 틀로 돌아가지 말라는 말입니다.
요한1서는 그 틀의 내용을 셋으로 나눕니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 좇아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 좇아 온 것이라"(요한1서 2:16, 개역한글). 그리고 대안까지 제시합니다. "위엣 것을 생각하고 땅엣 것을 생각지 말라"(골로새서 3:2, 개역한글).
넷째 묵상 —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변화를 받아"라는 어미입니다. 내가 만들어 내는 변화가 아니라 받는 변화입니다. 이 동사(μεταμορφόω)는 신약에 네 번 나오는데, 그중 둘이 변화산 사건입니다. "저희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마태복음 17:2, 개역한글). 나머지 한 곳은 고린도후서입니다.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매 저와 같은 형상으로 화하여 영광으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고린도후서 3:18, 개역한글).
고린도후서는 그 변화의 주체까지 밝힙니다.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 "마음을 새롭게 함"이라는 명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낱말이 나오는 다른 한 곳이 이렇게 말합니다. "… 오직 그의 긍휼하심을 좇아 중생의 씻음과 성령의 새롭게 하심으로 하셨나니"(디도서 3:5, 개역한글).
그러면 내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에베소서가 그 자리를 지정합니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좇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에베소서 4:22-24, 개역한글). 벗고 입는 일은 내가 하고, 새롭게 하시는 일은 하나님이 하십니다. 그 변화가 향하는 목적지도 로마서가 앞에서 이미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로마서 8:29, 개역한글).

다섯째 묵상 — "분별하도록 하라"는 맨 끝에 옵니다
많은 사람이 이 구절을 "하나님의 뜻을 아는 법"으로 읽고 뒷부분부터 붙듭니다. 그러나 본문의 순서는 그 반대입니다. 드리고(1절) → 새롭게 되고(2절 중반) → 그다음에 분별합니다(2절 끝). 분별은 출발점이 아니라 도착점입니다.
이 순서를 다른 서신들도 그대로 따릅니다. "주께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하여 보라"(에베소서 5:10, 개역한글),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에베소서 5:17, 개역한글) — 둘 다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으라"는 권면 뒤에 놓여 있습니다. 빌립보서는 분별이 사랑에서 자란다고 말합니다. "내가 기도하노라 너희 사랑을 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하사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빌립보서 1:9-10, 개역한글). 히브리서는 그것이 훈련의 열매라고 못 박습니다. "단단한 식물은 장성한 자의 것이니 저희는 지각을 사용하므로 연단을 받아 선악을 분변하는 자들이니라"(히브리서 5:14, 개역한글).
그러니 하나님의 뜻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무엇이 하나님의 뜻입니까"가 아니라 "나는 드렸습니까"일 수 있습니다.

암송을 돕는 배경 — 이 편지는 어디서, 누구에게
수신자는 본문이 직접 밝힙니다. "로마에 있어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입고 성도로 부르심을 입은 모든 자에게"(로마서 1:7, 개역한글). 바울이 아직 가 보지 못한 교회였지만 그 믿음은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1:8, 개역한글).
기록 정황도 편지 끝부분에서 추려집니다. 바울은 "겐그레아 교회의 일군으로 있는 우리 자매 뵈뵈"를 천거하고(16:1, 개역한글), "나와 온 교회 식주인 가이오도 너희에게 문안하고 이 성의 재무 에라스도와 형제 구아도도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라고 적습니다(16:23, 개역한글). 겐그레아는 고린도의 항구였고, 가이오는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자기가 세례를 준 사람으로 밝힌 이름이기도 합니다(고린도전서 1:14). 그리고 바울은 "… 이제는 내가 성도를 섬기는 일로 예루살렘에 가노니"(15:25, 개역한글)라며 마게도냐·아가야의 구제 헌금을 들고 떠나는 참이었습니다. 이 단서들을 모으면 고린도 체류 무렵에 쓴 편지라는 그림이 나옵니다.
구조도 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로마서 1-11장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12장 이하는 그 일을 받은 사람의 삶을 다룹니다(권면은 15장 전반부까지 이어지고, 그 뒤는 여행 계획과 문안 인사입니다). 12:1은 그 두 부분을 잇는 경첩이고, 그래서 "그러므로"로 시작합니다.

이렇게 외워 보세요 — 이레 계획
말씀을 대하는 자세에 관해 성경이 먼저 말한 한 구절을 놓고 시작합니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가운데 기록한대로 다 지켜 행하라 …"(여호수아 1:8, 개역한글). 이 구절은 암송법을 규정한 본문이 아니라 여호수아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다만 입에서 떠나지 않게 하고, 주야로 묵상하며, 지켜 행하라는 세 방향은 아래 계획에 그대로 담았습니다.
- 1일차 — 1절만, 그것도 "그러므로 형제들아 … 너희를 권하노니"까지. 왜 "그러므로"인지 로마서 11:33-36을 함께 읽습니다.
- 2일차 —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를 붙입니다. 로마서 6:13을 곁들여 읽습니다.
- 3일차 —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까지 1절 전체. 소리 내어 다섯 번.
- 4일차 — 2절 앞부분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베드로전서 1:14를 함께 읽습니다.
- 5일차 —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를 붙입니다. 에베소서 4:22-24를 함께 읽습니다.
- 6일차 — 2절 전체를 끝까지. 1절과 2절을 이어서 한 번에.
- 7일차 — 보지 않고 두 절을 통째로. 그리고 손으로 한 번 적어 봅니다.
세 가지를 지키면 훨씬 오래 남습니다. 첫째, 눈으로 읽지 말고 입으로 소리 내어 외웁니다. 둘째, 하루 한 번 몰아서가 아니라 아침·점심·잠들기 전 세 번 짧게 되뇝니다. 셋째, 사흘 전에 외운 마디를 오늘 다시 확인합니다. 되돌아가 확인하지 않으면 이레째에 앞부분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한 가지만 먼저 확인하십시오. 이 글은 공개도메인인 개역한글 자구로 외웁니다. 소속 교회가 다른 역본을 쓴다면, 시작하기 전에 그 역본 본문과 한 번 대조해 두시면 함께 암송할 때 어긋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적용 질문
- "그러므로"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내가 받은 자비를 구체적으로 하나만 적어 보십시오.
- 오늘 하루 중 "내 몸으로" 드린 예배가 있었다면 언제였습니까? 예배당 밖의 시간 가운데 하나를 꼽아 보십시오.
- 지금 내가 무의식적으로 "같은 틀"에 맞추고 있는 영역은 어디입니까(시간 사용, 소비, 말투, 목표 가운데).
- "변화를 받아"가 수동태라면, 내가 오늘 벗어야 할 것과 입어야 할 것은 각각 무엇입니까(엡 4:22-24).
- 하나님의 뜻을 몰라 답답한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분별"의 자리에서 "드림"의 자리로 옮겨 다시 물어보십시오.
이 두 절을 다 외웠다면, 다음은 그 문장대로 사는 일이 남습니다. 이어서 외울 구절로는 이 글이 두 번 함께 읽은 로마서 6:13을 권합니다. 그리고 몸으로 드리는 예배가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는 예수께서 주신 지상명령 — 사복음서와 사도행전의 다섯 본문과 그 암송 안내에서 이어 보십시오.
이 글의 성경 인용은 모두 「성경전서 개역한글판」(대한성서공회, 1961)에서 가져왔습니다. 대한성서공회 안내에 따르면 이 판본의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은 2011년 12월 31일자로 만료되었습니다. 개역개정판(1998)·새번역(2001) 등 저작권이 유효한 역본은 직접 인용하지 않았으며, 해당 역본 본문은 대한성서공회 성경읽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개역한글판 로마서 12장 (대한성서공회 1961, YouVersion) — 본문 원문 확인
- 개역한글판 로마서 11장 — "그러므로"가 이어받는 송영(11:33-36) 확인
- 개역한글판 로마서 6장 — "너희 지체를 의의 병기로 하나님께 드리라"(6:13) 상호참조
- 대한성서공회 — 성경의 저작권 — 개역한글판 보호기간 만료(2011-12-31) 및 개역개정·새번역의 저작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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